기획의 글

창파 chang pa (실험실 C 아트 디렉터)

《짠 것들의 연결망》은 부산에서 자취를 감춘 염전과 소금으로부터 출발한 장소특정적 프로젝트입니다.

소금기가 가득하던 땅에서 소금이 결정이 되고, 하얀 알갱이는 낙동강 물길을 거슬러 먼 땅으로 이동하였습니다. 더 이상 소금이 만들어지지 않는 짠 땅은 여러 용도의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. 오랜 시간 동안 부산의 한켠에 존재하던 짠 것이 남긴 흔적은 부산 안팎에서 다양한 시간대를 넘나들며 여전히 무언가로 우리 곁에 남아 있습니다. 짠 것들의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요?

《짠 것들의 연결망》에서는 부산의 염전과 소금의 문화를 둘러싼 세 가지 요소 짠물(바다), 짠흙(땅), 짠맛(소금기)을 주제로 짠 것의 장소를 누비고, 짠 것과 연결된 주체들과 마주하고, 짠 것의 움직임을 되새겨 본 이야기를 그러모아 짜디짠 감각으로 나누고자 합니다. 이를 낙동강 하구에 위치한 맥도생태공원에서 관객 참여형 전시로 펼쳐집니다.

짜디짠 풍경은 왜 사라졌을까?

부산(釜山)의 가마 부(釜)에 대해 여러 해석이 있습니다. 그중 한 가지는 조선시대 부산의 해안가에서 흔히 보이던 염전과 소금을 굽는 가마에서 유래했다는 것입니다. '분포' 혹은 '분개'라는 옛 지명을 지닌 용호동과 낙동강유역 갈대섬 너머에 명지도(현 명지동), 신호도(현 신호동) 주변은 염전이 유명하였습니다. 1960년대까지 소금을 생산하는 염전이 운영되었지만, 그 풍경은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습니다. 염전의 자리에는 대규모 산업 단지, 공장지대, 대단지 아파트가 솟아올랐기 때문입니다.

부산의 짠 것을 찾아 나서다!

부산에서 사라진 소금기의 서사는 짠물(바다)과 짠흙(땅)과 짠맛(소금기)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.

**짠물(바다)**은 사람도 동물도 식물도 살아 숨 쉬게 하는 생명의 원천입니다. 짠물은 부산의 해안과 낙동강에서 다양한 경계를 만들거나 넘나들며 부산의 생활사에 짠 풍경을 형성합니다.

**짠흙(염전)**은 결정체를 일구는 터입니다. 분개와 명지의 자염(굽는 소금)을 생산하는 과정에 가장 중요한 단계는 짠흙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. 짠흙은 노동과 신체와 기술이 집약된 상징물입니다.

**짠맛(소금기)**은 모든 생명체(인간, 동물, 식물)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. 소금을 찾아 매머드가 이동했던 아주 오래 전의 길처럼, 구포에서 상주까지 일컫는 '낙동강 700리'는 소금의 이동에 따라 짠 문화를 간직하고 있습니다.

짠물, 짠흙, 짠맛으로 촘촘하게 연결하기

《짠 것들의 연결망》은 생활사 연구, 생태 연구, 예술가 리서치, 시민 협업 워크숍 등의 리서치 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짠 것들을 상상하는 예술적 결정체를 만들어 갑니다. 장소특정적 예술활동에 결정체들은 예술가의 작품과 아카이브로 구현되어 맥도생태공원에서 참여자를 만납니다. 다양한 경계를 넘나들며 구성되어질 이야기를 통해 참여자는 예술을 경험하고 짠 것의 연결을 이해하는 단서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