달콤하고 짭지리한 자염의 맛

부산에서 나오는 자염의 맛을 기억하는 이들이 드뭅니다. 구술자들 말로는 짠 맛만 있는 게 아니라 단맛이 있고, 천일염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고 합니다. 이렇게 맛이 좋기 때문에 ‘명지 소금’하고 소문이 났다고 합니다.

그 맛도 단맛이라든지 이런 모든 그.. 양념 맛.. 맛이 이 아주 그 자염하고 이 천일염하고 천지 차이가 나도록 그렇게.. 자염이 좋았기 때문에 자염은 비싸게 받으니까 명지소금 카고 소문이 난 거야. 아니 여 소금이 굉~장히 맛이 있어. 맛 광장히 맛있어. 이런 소.. 천일염 이거 하고는 비할 데가 몬하지.. 몬되지.. 하여튼 뭐.. 짭찌를, 그 마이 여도 짭지를 안 해. 많이 안 짭아. (김재덕, 1940년생, 김양식업자)

아주 맛있어요. 이 입자가 지금 꽃소금 같은 그런 것처럼 가늘거든요.우리는 저기 신안에서 나오는 그거 소금 있지예? 그렇게 큰 거는 (맛이 어떤가) 몰라예. (임영숙, 1940년생, 옛 신호동 주민)

소금이 만들었을 당시에는 바닷물에 김장을 할 수 있도록 배추를 절였다고 합니다. 그만큼 바닷물이 깨끗했단 의미고, 그렇다면 소금의 맛도 좀 다르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. 이렇게 만들어진 소금으로는 멸치, 조개, 파래, 단무지 등 무침 반찬을 만드는데 중요한 원재료가 되었습니다. 그 시절 어머니들에겐 보살펴야하는 자식이 지금보다 많았던터라, 소금을 활용해 도시락 반찬을 만들곤 하셨습니다. 가끔씩을 소금을 쳐 붕장어, 밴댕이와 같은 생선들을 구워주기도 했답니다.

맨~날 멸치. 조개 무친 거, 파래 무친 거. 꼬꼬김치라 단무지 있지예. 그런 거 해가지고. 내하고 내 밑에 여동생하고, 우리 오빠 둘이, 사촌 오빠 하나 이래 학교 다니니까. 도시락 반찬을 그만치 많이 가져가야 돼예. 생선 같은 거 꿉으면 소금 가 이래 안 합니까? 석쇠 넣어 가지고 이래 굽어가 이래 한번 굽고, 아궁이 불 때고 불로 이래 좀 꺼내거든예. 아나고 밴댕이 같은 거 꾸워 줬지예. (임영숙, 1940년생, 옛 신호동 주민)

긁어내가 소금을 만들었거든. 그라면 우리가 이제 그 당시에는 우리 인자 학교 다니는 친구들이 있으면 그 밑 밭에 보면 지금 말로는 누룽밥이라카지.소금 긁어낸 누룽밥. 우리 밥으로 치면 누룽지거든~? 그런걸 얻어 묵을라고 카- 그거 마 쎄(혀)로 홅으면 짭지리~하이 서로 묵을라고 막.. 이래사인(이랬었던) 기억은 있지. (김영모, 1951년생, 명지 농부)

마-악 짠맛만 있나. 난주에 많이 먹고 나면 혀가 다 부르 터져가 있어. 내 뿐 아니고 다른 사람도 부잣집 아도, 그렇고 없는 집 아도 그렇고. 학교에 가면 전신에 혀가 다 퉁퉁 부어가 있고 이래. 그래도 그 맛을 먹어 볼라꼬. 어떤 놈들은 집에서 저거 엄마한테 계란 한 개 삶아달라 해가 온다. 호주머니 따악 넣어놨다 계란 한 개 주면, 그놈아 손에 제법 이거마이 넙뜩한(누룬 소금을) 거 얻는 기지. 바까 먹는 거지. 별 맛도 없고 짭긴 짭은데, 그 당시에는 묵을 게 없고 하이께네. (김영모, 1951년생, 명지 농부)

자염을 만들 때 가마솥에 굽고 나면 소금을 긁는다고 설명을 앞서 했습니다. 밥을 짓고나면 아래가 눌러붙은 누룽지가 생기기 마련이지요. 그와 같이 소금을 굽고 나면 누룽지같은 누룬소금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. 그 당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구술자 몇몇 분들은 누룬 소금의 맛을 여전히 기억합니다. 혀로 훑으면 ‘짭지리한’ 맛이 올라와 많이 먹을 땐 입술이 퉁퉁 붓기도 하지만 그 당시 귀한 간식이 되어주었습니다. 그 시절 귀한 계란 하나를 삶아와 바꿔먹기까지 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. 짭조름한 소금의 맛은 간식이 드물었던 어린이들에게 ‘짠 맛’이 아주 중독적으로 다가온 모양입니다.

짠 것들은 맛으로도 계속 이어진다

부산에서 자염의 생산이 멈춰지고 자염의 맛은 사라졌습니다. 하지만, 짠 땅위와 바다로부터 만들어진 ‘대파’, ‘낙동김’, ‘명란(염장)’으로도 짠 것들의 맛이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. 이 짠 맛의 향연은 각자 달큰한 맛, 고소한 맛, 담백한 맛 등으로도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. 짠 것들이 각자 어떤 맛을 갖고 있는지 구술자들의 이야기로 들어봅니다.

달큰 한 맛의 대가 명지 대파

대파 농사를 지으면 한 겨울에는 연백부(하얀 부위) 구이도 해 묵어요. 먹으면 진짜 들크은 해요. (연백부가) 굵은 거 하나 까서 구워가지고 무봐라. 진짜. 장작불에 구워도 되고, 가정집 안에서는 이제 후라이팬에다 막 구워도 되는데 그만큼 맛이 있다. 그리고 우리가 고깃집에 가면 겉절이 해놓은 거 보면 불상치하고 이거 막 섞어서 주거든? 그 연백부 많은 거는 부드럽고 단맛이 나는데, 시퍼런 거 저거 해놓으면 많이 질기지. 그런 차이점이 (흰 부분과 파란 부분이) 많지. (김영모, 1951년생, 명지 농부)

대파는 일 년에 두 번 수확합니다. 그중에서도 한 겨울에 자라 수확한 명지 대파는 달큰 한 맛이 최고라고 합니다. 이 연백부에 열을 가하면 더욱 대파의 진한 맛이 올라옵니다. 연백부의 단 맛과 부드러움은 다른 대파에 비할 수 없다고 전합니다. 명지대파에선 특유의 달큰함과 신선함을 맛 보고 느낄 수 있습니다.